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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그릇공방 플로썸에서는 나도 데미 무어가 될 수 있다? 본문
안녕~! 내가 돌아왔다~~!
그 동안 변방 블로그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애써 방치해 온 마이 퍼스널 에어리어...
이 곳이 방치된 것은 절대 관리가 귀찮아서가 아님. 나름의 변방 브랜딩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었고, 꼭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수 년 간의 경영철학을 잠시 깨부수고 폐가 블로그에 다시 찾아온 나.

해결하지 못한 온갖 후기와 간증이 무성한 흉가로 둔갑해버린 마이 홈 스윗 홈

시절 인연같은 임시 저장 글은 일단 치워버리고 ~ (사실 이제 기억 증발됨)
제 발로 흉가 체험을 오게 한 도예 원데이 클래스 후기를 남겨볼게요 ~ 좀 말 많아도 중간에 탈주하기 없기 ~
이번 도예 체험을 위해 찾은 공방은 마포구 연남동에 있는 "그릇공방 플로썸" 되시겠다.
도예가 임혜진 작가님께서 운영하시는 1인 공방으로, 이 곳에서 도예 정규반과 원데이 클래스도 진행하신다.
가끔 그릇장도 여시는 것 같은데 클래스나 그릇장 소식은 아래 인스타그램에서 확인 가능하니 팔로 ㄱㄱ
https://www.instagram.com/plossom_/
수업 예약은 네이버에 "그릇공방 플로썸" 이라고 검색하면 아래 예약 페이지로 접속할 수 있는데,
https://m.place.naver.com/place/566516501/home (모바일)
나와 친구들은 물레 원데이 클래스-물레 하프 프로그램에 흙 추가 옵션으로 예약했다.
풀 수업은 작품 2개, 하프는 작품 1개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프로모션 정보... ‼️평일 낮은 해피아워로 10% 할인된 금액으로 예약 가능‼️
이제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 오고 있는데, 연차쓰고 도자기 빚고나서 연남동 산책하는 일정... 정말 설레지 않나요.. (반박 안 받음)
클래스 예약을 해놓고, 어떤 그릇을 만들 지 레퍼런스를 찾아보는데
찾아 볼 수록 눈은 높아지고... 점점 원대해지는 나의 계획..





급기야 "도자기로 인생 2막을 시작한 도예가" 로 세바시.. 테드.. 강단에 선 내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나의 마스터피스와 함께...✨
행복회로 풀가동하다보니 금세 찾아온 클래스 당일~!
공방은 연남동 안 쪽 여유로운 골목에 있었다. 붉은 벽돌 사이 아기자기한 정원을 품고 있던 공방 플로썸.

미술 학원 교실을 예상하고 왔는데, 자갈이 깔린 고즈넉한 마당이 맞아주는 공간이라니...!
이 온도... 습도... 자갈... 지금 당장 맥반석 오징어가 되어도 꽤 낭만적인 최후일거야...
한 낮 기온 38도였지만 마당 구경하느라 더운 줄도 모르고 한참 구경했었다.



그리고 실내로 들어가서는 더 감탄했던 나. 말간 도자기 사이 초록 잎이 은은하게 웃는 공간.
natural beauty 란 이런 것일까요..? 오늘부로 내 추구미는 그릇공방 플로썸임.



클래스 시작도 전에 이미 artist 된 느낌. 테드 세바시 기다려 내가 간다 ~!

이 것들은 냅킨 누름돌인 줄 알았더니, 테스트 샘플이었다.
도자기를 굽고 나서 안료나 유약 색과 마감이 어떻게 되는지 테스트하는 샘플이라고.
하 artist 력 충전된다 ~ ^^ 물레 가보자고.
클래스 시작 전에 잠시 간식을 먹으며 작업에 대한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단순히 도자기를 완성하는 행위를 넘어, 완성품이 아닌 각각의 개체로서 작가 의식을 반영하는 과정과 고민에 관한 것이었다.
순간 artist 병에 걸린 나의 지난 며칠이 오버랩되었고... 도예가 세바시 테드 여러분 저 망상에서 깨어났습니다.

공방 한 켠에 오늘의 수강생 3인을 위한 물레가 준비되어 있었다.
가장 먼저 작가님께서 물레의 원리와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을 설명해주셨고,
이어서 각 단계마다 설명과 함께 시연해주시면, 각자 따라해보고 그동안 작가님께서 수시로 교정해주시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모양을 만들면서 궁금한 점은 자유롭게 질문하면 되었다.

오늘 나의 물레.
우리 부장님 큰 아들(만 9세)이 도예 클래스에 다니고 있대서 완성작 대결하기로 했다.
내가 이겨야 하니까 잘 부탁한다 ~!
가장 처음 해야 하는 일은 물레에 흙을 붙이는 일.
파악-찰싹 내리쳐서 붙였는데, 작가님이 잡아당기니 떨어져버리던 나의 흙덩이... 지조없는 흙덩이.
작가님이 내려쳐주시니 따악 잘 붙더라. 내 말은 왜 안듣냐.. 넌 내 꺼라는거 잊지 마라고.


흙을 붙이고 원 뿔을 만든 다음, 납작한 원기둥을 만들기까지는 덩어리를 다지는 느낌이었고,
이 다음부터 접시 모양을 만드는 보다 디테일한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 때부터 잘못 만져서 찢어져 버릴까봐 안절부절했었다.
나는 그 동안 물레가 여유로운 작업인 줄 알았다. 예쁘게 앉아서 유유자적 시간을 낚는 뭐 그런...
혹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여러분도 데미 무어 얼굴과 분위기에 사기당한 것입니다.
직접 물레에서 흙을 만져보니 생각보다 힘도 엄청 드는 작업이었다.
와중에 힘 조절 못하거나 잠깐 딴 생각하면 저세상 모양새로 변해가는 마이 흙덩이 ㅠㅠ
내 머리와 발과 물레와 손이 각자 다른 세계로 떠나는 신개념 분리 마술... 같은 진귀한 경험을 할 수가 있다.

어느덧 안정기에 접어든 나의 물레 활동.
물레 같이 돌려 줄 차은우 구함. 아니 그냥 차은우 구합니다.

그치만 머지 않아 또 찾아온 망조.
내가 흙을 빚는 것인지 깎아내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즈음, 생각보다 접시 두께가 빠르게 얇아지고 있었다.
그치만 걱정할 필요 없음 ~ 플로썸엔 차은우는 없지만 마이다스의 손 임혜진 작가님이 계심.
멸망하기 전에 나타나서 심폐소생해주시는 나의 구원자.

물레는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돌아가는 흙덩이를 만지는 행위 자체에서 오는 안정감과 위로가 있었다.
돌아가는 흙덩이와 투닥거리다보면 어느샌가 이 세상에는 나와 너 흙덩이.. 둘 뿐... just the two of us 🤍
그릇을 예쁘게 만드는 상상만 하고 갔었는데, 결과물과는 무관하게 과정에서 오는 재미와 만족감이 있다.
진짜와 가짜를 판가름하려 애를 썼던 시절이 있었다.
진짜를 내보이고 겪게 될 수치심과 상실감을 이겨 낼 자신이 없어 모두 가짜들 탓이라고 손가락질 하고 싶었던 때.
머지않아 나도 상당한 가짜라는 사실을 깨닫고선, 어느 정도 포기하고 모방하며 지내고 있는 지금.
적어도 이 날 내가 손끝으로 느꼈던 흙은 진짜였고 나도 그 앞에선 탈을 벗고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내가 매만진 것은 흙이 아니라 내면의 구김살이었을지도. (애석하게도 구김살은 못 폈음)


다행히 완성된 my baby ~ 너무 예쁘지 않습니까?


친구 한 명은 토마토를 그려넣기로 했는데, 하염없이 떨리는 그녀의 손...
과 그녀를 잡아주는 새우... 를 지켜보는 나.. 그건 아마도 전쟁같은 토마토 🍅🍅🍅
이 날 만든 그릇은 건조와 사포질 후 가마에 들어가 구워질 예정이다.
흙 속에 공기가 들어갔거나 작업 중 균열이 발생한 경우엔 가마 안에서 터지거나 내려앉을 수도 있다고 한다.
마 베이비 부디 무사히 내 품으로 오려무나... 😇

흙 만지는 건 처음인데 무지 건강한 활동인 것 같다. 다녀와서 여기저기 소문내고 다녔다.
플로썸 위치는 아래 첨부 참조 ~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27길 53 그릇공방 플로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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